저자 | 김윤정 |
정가 | 30000원 |
상세정보
그동안 한국 현대시를 탐색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던 여러 이론들,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혹은 여러 해체주의자의 이론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결국 남은 것은 우리의 현재성이다.
시인들이 살았던 시대적 삶의 질곡 속에서 시인들의 몸부림을 읽어내고 그들이 추구하였던 삶의 구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나와 우리의 문제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문학이 응당 짊어져야 하는 몫이라고 여긴다. 문학은 역사와 사회가 질풍노도처럼 휩쓸리며 펼쳐지는 한가운데에서도 고요한 정신을 잃지 않은 채 이를 응시하고 감당해야 한다. 문학은 광포하게 휘몰아치는 삶의 현재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언어와 정신을 동원하여 구하는 이러한 자유에의 의지로 인해 시인은 사상가가 된다.
사상가의 측면에서 볼 때 한용운은 물론이고 이장희, 김명순, 김달진, 유치환은 식민지시대를 살면서 자아와 민중의 해방을 꿈꾸었던 예언가이자 실천가였다. 한용운의 실천불교, 이장희의 영적세계, 김명순의 여성해방, 김달진의 구도의식, 유치환의 인간주의는 식민시기의 핍박 속에서 일궈낸 시의 창조적 지평들이다. 또한 기실 일제강점이 원인이 되었을 전쟁과 분단은 김종삼과 김동명 같은 시인을 탄생시켰다. 김종삼의 새로운 미학은 전쟁 극복의 의식 속에서 피어난 예술의 정체이자 김동명의 사상 역시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더욱이 오세영과 김춘수의 시론에는 현상적인 세계를 넘어서 삶의 본질과 진리에 닿고자 하는 지극한 열망이 가로놓여 있다. 나는 이들이 전개한 사상이 우리의 현재성을 통찰케 하며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보다 환하게 밝혀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