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노우에 노부타카 , 이토 사토시 , 엔도 쥰 , 모리 미즈에 / 박규태 역 |
정가 | 22000원 |
상세정보
-신도는 과연 순수하게 고유한 일본만의 전통인가-
통상 신도라든가 신사 하면 일본 고유의 민족종교, 일본만의 순수한 전통이라고 말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 학자들뿐만 아니라 서구의 일본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이해가 하나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종래 일본학계 및 서구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신도를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생겨난 민족적 종교”로, 그리고 신사를 “일본에서 독자적,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교시설”이라고 규정해 왔다. 그러나 근래 고대신사사 및 건축사 연구에 의해 신사가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했다는 식의 통설이 오류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신사라는 명칭과 오늘날 우리가 보는 신사건축은 7세기 후반 텐무천황조에 있어 율령제 지배 및 관사제의 성립기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본서는 일본 신도의 역사를 ‘종교시스템으로서의 신도’라는 관점에서 매우 요령 있게 서술하여 한국의 학계와 일반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며, 이 책은 기존의 무수한 신도 연구서들을 능가하는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두드러진 장점 몇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본서의 최대 장점은 신도를 ‘종교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는 점에 있다. 전체 사회의 구조적 특질 및 그 변화과정과의 관계에서 종교사의 전개를 이해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유기체 모델이 아닌 생태계 모델로서 종교사를 서술한다.
둘째, 전술했듯이 본서는 신도를 생태계 모델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신도라는 것에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에만 고유한 어떤 불변적이고 본질적인 특징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예컨대 본서는 “신도를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종교시스템으로 볼 수 없다.”라고 언명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본서는 일본 역사상 신도라고 부를만한 어떤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신기숭배라는 것이 그 핵심이라는 것이다.
셋째, 신도를 과연 일본만의 독자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본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넷째, 신도를 포함한 일본종교사를 고찰할 때 이른바 신불습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 본서의 경우 신도와 관련하여 신불습합이 가지는 의미를 비교적 알기 쉽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거니와 무엇보다 본서가 제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신도란 결코 “초역사적이고 불변적인 일본인의 기층신앙이 아니”라는 통찰력에 있다. 본서에는 “일본 태생의 종교시스템”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나, 이는 결코 신도가 순수하게 일본적인, 일본만의 고유한 종교임을 의도하는 표현이 아니다. “일본 태생”이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일본열도 내외의 다양한 신앙전통과 문화적 요소들을 수합하여 역사적으로 발전시켜 온 것이 바로 신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따름이다. 본 역서는 독자들이 이와 같은 통찰력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원주 외에도 필요한 개소마다 옮긴이 역주를 붙여 이해를 돕고자 했다.